마침내, -1℃
this time/yes, i'm here 2010/11/20 17:54
Canada_BC_Abbotsford
시작이었던 봄.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3월은 완연한 봄이었다.
한국에서부터 꼭꼭 껴입고 온 겨울점퍼를 매일같이 입고 다녀야 했기에
아 듣던 거랑 다르게 밴쿠버도 그닥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군, 하고 투덜댔었다.
듣던 대로라면 밴쿠버의 여름은 별로 덥지 않다고 했고, 그러니 당연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야 했다.
여하튼 그래저래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아마도 거기 가면 눌러앉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십에 여덟은 말하곤 했다.
하지만 3월의 밴쿠버는 결코 따뜻하지 않았고
매일같이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비를 뿌릴 준비라도 하는 듯이 어둡고 우중충했다.
간혹 아주 쾌청한 하늘을 보여주더라도 잠깐 뿐이었다.
겨울 같던 봄을 지나 여름.
비 내리는 날이 서서히 뜸해지더니
가로수 나무들에 잎이 매달리기 시작했고
무덥지 않은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여름은 과연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더웠다.
대부분 가정집들이 에어콘을 가지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잔디가 너른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선탠을 즐겼고
야외 파티오를 가진 펍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여름은 생각보다 길었다.
짧았던 가을.
그리고 가을이 찾아왔다.
단풍 든 가로수는 아름다웠지만
다 즐기기도 전에 후두둑 잎을 떨구고 말았다.
대부분이 따뜻했다고 기억하는 이곳의 3월이 그렇게 춥게 기억되는 것은,
생각해보면, 마음이 얼어있었던 탓이다.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로 이국에서 사계절을 보낼 준비가 안되어 있던 나는
낯선 모든 것들에 대한 경계를 쉽사리 풀어버리질 못했다.
돌이켜 보면,
쾅, 커다란 쓰레기 컨테이너가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총소리로 착각했던 시절이었다.
아주 노련하지 못했고 여유롭지 않던 시간들이었다.
결국 시간 문제였다.
이곳에서의 네번째 계절은 어느덧 나를 생활자의 자리로 데려가 주었다.
더이상 새로울 게 없는 대신
길을 헤매지 않을 정도로 동네 곳곳이 익숙해졌고
낯선 사람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수 있게 됐다.
그리고 겨울.
어제밤부터 오늘까지
유난히 바람이 매서워 일기예보를 보니
최저기온이 영하 1도란다.
정말로 겨울이 시작된 거다.
그러니 이제 캐나다를 떠날 때다.
사계절은 다 겪어보고 돌아가겠다던 약속. 이제 거의 끝이 보인다.
아직 첫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벌써부터 거리마다 염화칼슘을 뿌리고는 호들갑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여기, 심심하게 사는 사람들이
간혹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